프로 의식 없는 프로 구단···‘특급 에이스’ 안우진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프로야구 구단의 체계 없는 훈련이 에이스의 선수 인생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키움은 5일 우완 투수 안우진(25)이 오른쪽 어깨 견봉 쇄골 인대 손상으로 수술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술 후 약 1년 재활이 필요하다. 안우진은 빨라도 내년 8월 이후에나 리그에 복귀할 수 있다.
부상 과정이 너무도 황당하다.
안우진은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 중이다. 다음 달 17일 소집해제를 앞둔 그는 휴일을 이용해 경기도 고양의 키움 2군 훈련장에서 선수단과 함께 훈련해 왔다. 설종진 키움 감독 대행은 안우진을 9월 소집해제 뒤 바로 1군 선수단에 부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안우진은 지난 2일 2군 자체 청백전에 참여했다. 그는 1이닝을 던졌고 최고 구속 157㎞를 찍었다. 투구 및 보강 운동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청백전 종료 후 패전 팀에게 일종의 벌칙으로 주어진 펑고 훈련을 하다 안우진이 다쳤다.
펑고는 연습타구를 잡아내는 수비 훈련이다. 야수들의 훈련이라 투수가 참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날 안우진도 펑고를 받았다.
키움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진지하게 훈련에 임해달라는 취지로 실시한 추가 훈련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안우진은 이 수비 훈련까지 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훈련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투수 코치의 권유로 훈련에 참여했고 펑고를 받다가 넘어져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해당 코치는 안우진의 부상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구단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안우진은 2023년 9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팔꿈치 부상에서 겨우 회복해 복귀를 준비하던 중 같은 쪽 어깨를 다쳐 또 수술을 받게 됐다.
구단은 “검진한 전문의들은 수술 후 기존의 경기력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소견을 밝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른손 투수가 오른쪽 팔꿈치를 수술한 지 2년 만에 오른쪽 어깨까지 수술하게 됐다. 이전 같은 강력한 구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2023년에서 멈춘 안우진의 KBO 경력은 2026년 8월까지 거의 3년 간 공백이 된다. 리그 최강의 특급 투수지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은 물론 꿈에 그리는 미국 진출 도전도 늦춰진다. 재활 이후 구위 회복 여하에 따라서는 안우진의 미래가 예상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군 복무 기간 막바지에 모아놨던 휴가를 쓰면서 일찍 선수단에 합류해 복귀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소속 팀으로 완전 복귀한 신분이 아니라 이 경우는 함께 하더라도 보통 개인 훈련을 한다. 아직 사회복무요원인 안우진을 청백전에 등판시킨 키움은 불필요한 추가 훈련까지 시키다 대형 부상을 유발했다. 전적으로 구단의 선수 관리 문제다. 심혈을 기울여 에이스를 관리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구단이 안 하던 훈련을 시켜 다치게 하는 한심한 사태가 벌어졌다.
키움은 안우진이 고정 선발진에 합류하는 2026년만을 기다리며 리빌딩을 이어왔다. 지난 4일 무려 12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은 송성문과 함께 투타 중심을 형성하면 가을야구 경쟁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키움의 원대한 포부는 안우진의 황당한 부상과 함께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안우진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합류를 둘러싼 논의도 무의미해졌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023년 WBC에 이어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도 선발진이 무너지며 조기 탈락했다. 선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특급투수 안우진은 다시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내년 3월 WBC를 준비하는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도 “안우진의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부상으로 안우진 카드는 아예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