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MVP→역수출 신화→방출대기→트레이드까지...페디의 오뚝이 야구인생, 애틀랜타에서 새 도전
다시 바닥에서 일어설 시간이다. 지난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부터 방출대기 통보를 받았던 에릭 페디(32)가 28일(한국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KBO리그를 제패하고 메이저리그 역수출 신화를 썼던 페디에게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애틀랜타는 이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부터 페디를 영입하는 대신 추후 선수 또는 현금을 주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세인트루이스가 페디의 올시즌 잔여 연봉 약 270만 달러(37억 8000만원) 상당을 떠안기로 하면서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애틀랜타로서는 최소한의 출혈만으로 베테랑 선발 투수를 확보한 셈이다.
애틀랜타의 선발진 상황을 보면 페디 영입이 왜 이뤄졌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크리스 세일(갈비뼈 골절), 레이날도 로페즈(어깨 염증), 스펜서 슈웰렌바크(팔꿈치 골절), AJ 스미스-쇼버(팔꿈치 부상)에 이어 28일에는 그랜트 홈즈마저 팔꿈치 염증으로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개막 선발진 5명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전례 없는 상황에서 페디는 애틀랜타 선발진의 빈 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맡게 됐다.
브라이언 스니커 감독은 "계속 나아가야 한다. 야구 시즌은 우리 선발진이 다 빠졌다고 멈춰주지 않는다"며 절박한 마음을 드러냈다. 44승 60패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지만, 남은 2개월의 정규시즌을 버텨낼 선발 자원이 절실했던 애틀랜타다.
페디에게도 애틀랜타행은 기회다. 올시즌 세인트루이스에서 3승 10패, 평균자책 5.22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전력 외로 분류되는 신세가 됐지만, 페디의 커리어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따라왔고, 그때마다 페디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2022년 말 KBO리그에 진출했을 때도 그랬다.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다시는 메이저리그에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지만, 페디는 한국에서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 NC 다이노스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 2.00으로 정규시즌 MVP와 최동원상을 거머쥐며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런 성공 스토리에 힘입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210억원)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당당히 돌아올 수 있었다.
복귀 첫해인 2024시즌에는 화이트삭스와 세인트루이스를 합쳐 9승 9패, 평균자책 3.30으로 재기 신화를 완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올시즌 들어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5월 9일 워싱턴을 상대로 커리어 첫 완봉승을 거둔 뒤 급격한 하향 곡선이 시작됐다. 이후 12경기에서 0승 7패, 평균자책 6.38이라는 부진을 거듭한 끝에 방출 통보까지 받게 됐다.
이제 애틀랜타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은 페디에게 남은 2개월은 단순한 시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애틀랜타에서의 활약에 따라 올겨울 시장에서의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때마다 보란듯이 자신을 증명했던 페디의 회복탄력성이 애틀랜타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까. 페디의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