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부상 때문에 500억은 그냥 날렸는데… 이러다 내년에도 263억에 만족하나
2024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현지 언론은 샌디에이고와 김하성(30·탬파베이)의 연장 계약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여겼다.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필요로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김하성의 몸값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보장 2800만 달러에 계약한 김하성은 3년의 시간 동안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수비수로 성장했다. 적응기의 2021년, 주전 도약의 2022년을 거쳐 2023년에는 팀의 주전 2루수로 뛰며 공·수 모두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다. 특히 2023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여기에 공격 생산력에서도 리그 평균 이상으로 올라오며 공·수·주를 모두 갖춘 멀티 내야수로 큰 각광을 받았다. 유격수·2루수·3루수를 모두 능숙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어느 팀에나 큰 매력이었다.
이 때문에 김하성과 연장 계약을 하려면 총액 1억 달러 지출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현지 언론에서 제법 많이 나왔다. 김하성이 기록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를 현재 가치에 환산하면 실제 그런 금액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1억 달러까지는 아니어도 연 평균 2000만 달러 이상의 값어치가 충분한 시장 흐름이었다. 4년 기준이라면 8000만 달러가 넘었다.
그러나 그런 김하성의 FA 대박 꿈은 부상 때문에 무산됐다. 지난해 시즌 막판 귀루를 하다 오른쪽 어깨를 다쳐 결국 시즌을 그대로 마쳤고, 시즌 뒤 수술을 받았다. 재활에만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꽤 큰 수술이었다. 김하성의 어깨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 평균 2000만 달러 이상의 장기 계약을 제안할 팀은 없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게 당연했다.
끝내 김하성은 탬파베이와 2년 보장 29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아쉽게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FA 자격 행사를 마쳤다. 1년 뒤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을 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사실상의 FA 재수였다. 만약 2024년을 부상 없이 마쳤다면 4~5년 총액 7000~8000만 달러 수준의 안정적인 계약도 무리는 아니었지만, 결국 어깨 부상 하나가 거액의 돈을 날린 셈이 됐다.
일단 어깨 수술에서 완벽하게 회복해 2025년 자신의 건재를 과시한 뒤 다시 FA 시장에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아직은 30대 초반의 나이고, 올해 자신의 주 포지션이 유격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한 번 정도의 충분한 대박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상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어깨 재활이 길어지면서 자신의 진가를 과시할 시간이 줄어든 상황인데, 복귀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김하성은 재활 경기 도중 가벼운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 경기 일정이 더 늘어나 예상보다 늦게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종아리 경련이 있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2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경기에서 2회 볼넷 후 2루 도루를 하다 허리에 통증을 느꼈다. 끝내 4회 수비를 앞두고 교체됐다. 그리고 회복까지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열흘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다시 출전 기회를 잃었다. 6월 한때 잘 나가며 지구 선두 자리를 위협했던 탬파베이는 7월 들어 부진에 빠지며 오히려 4위까지 처진 상태다. 선수 하나가 급한 시점에 김하성이 다쳤다. 김하성도 자꾸 찾아오는 부상에 제대로 된 경기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조금 할 만하면 크지는 않지만 뭔가 성가신 녀석이 찾아온다. 김하성은 시즌 10경기에서 타율 0.226, 출루율 0.314, 1홈런, OPS 0.669에 머물고 있다. 반등을 확신할 수는 없는 성적이다.
팀을 위해, 자신을 위해, 모두를 위해 지금은 건강하게 자기 실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모두가 희망찬 2025년 시즌 뒤 FA 시장을 기다렸지만, 이제는 물음표가 계속 달리고 있다. 2026년 1900만 달러(약 263억 원)라는 꽤 큰 금액에 보장 계약이 되어 있으나 FA 마지막 대박을 노렸던 기대치에 비하면 총액이 적다. 나이가 들수록 시장에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쉽지 않은 시기가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일단 최대한 건강하고 빠르게 그라운드에 서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