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수준이 아니다' 이정후를 향한 역대급 극착
도무지 완전체 전력으로 싸울 수가 없다. 이번에는 '에이스'까지 갑작스러운 부상 이탈. 두산 베어스에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
두산은 25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불안한 전조 증상은 있었다. 알칸타라는 지난 10일 한화 이글스전 등판에서 5이닝 4실점으로 쑥스러운 시즌 첫승을 거둔 후, 곧장 다음 로테이션을 소화하지 않고 한차례 걸렸다. 당시에도 팔꿈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게 요인이었다.
한 차례 등판을 거르며 휴식을 취한 알칸타라는 다음 로테이션인 2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문제 없이 등판해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아쉽게도 '노디시전'을 기록했다.
예상대로라면 알칸타라의 다음 등판은 27일 대전 한화전이다. 그런데 결국 팔꿈치에 탈이 났다. 계속해서 알칸타라가 불편함을 느껴서 병원 검진을 받았고, 우측 팔꿈치 염좌 소견을 받았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선수 본인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는만큼 투구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완전히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회복을 먼저 해야 한다. 이미 한차례 로테이션을 거르기도 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다. 이미 2선발 브랜든 와델이 부상으로 빠져있던 상황이다. 브랜든은 지난 11일 한화전 등판 이후 허리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해있는 상태다. 시즌 초반 승운이 따르지 않는 알칸타라와 달리, 브랜든은 개막 초반 3연승을 질주하며 선발진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번 주말 복귀가 예상됐었지만 이마저도 아직 확정적이지는 않다.
브랜든에 이어 알칸타라까지 빠지면 걱정이 더욱 커진다. 이미 로테이션에 거듭 구멍이 나고 있는 두산이다. 개막 초반부터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지켜주고 있는 투수는 곽빈 한명 뿐이다. 최원준도 부진으로 한 차례 2군에 다녀왔고, 김동주도 지난 21일 키움전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상태다.
개막 전 구상과 완전히 어긋났다. 두산의 올 시즌 예상 로테이션은 알칸타라-브랜든-곽빈-최승용-최원준 혹은 김동주, 이영하 등 거를 순번이 없었다. 가장 탄탄한 5선발 라인업을 자랑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부상 여파에 부진까지 더해지며 오히려 강제 선발 오디션이 펼쳐졌다. 경쟁에서 밀렸던 이영하가 대체 선발로 다시 등판하고, 박신지, 김호준에 박소준, 최준호까지 선발로 나섰다.
시범경기에서 8승1무 '무패 1위'로 개막을 맞이했던 두산의 희망가는 선발진 붕괴와 더불어 시즌 초반부터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25일 기준으로 팀 순위는 7위.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대체선발로 나선 2004년생 2년차 신예 최준호의 씩씩한 투구가 희망이었고, 그가 기회를 한번 더 받을 가능성이 높다. 두산의 유일한 위안거리. 하지만 '에이스급' 투수 2명이 동시에 빠지는 것은 충격이 너무나 크다. 이미 불펜진 피로도도 높은 상황에서 알칸타라의 복귀가 시급하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비결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공을 맞히고 싶었다. 모든 공을 인플레이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기술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것 같다”고 답했다.
멜빈 감독은 “모르는 투수들을 상대로 이렇게 하는 건 정말 정말 인상적인 일이다. 매 경기, 매 시리즈 기본적으로 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투수와 맞붙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일관되게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 선수는 얼마 없다. 빅리그 수준에서 더 빠른 공과 모르는 투수들을 상대로 이렇게 빨리 잘해내는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의 정신적인 접근 방식도 초기 성공의 비결 중 하나’라며 그의 멘탈도 강조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각자 다 다르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공들은 내 야구 인생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다른 종류의 공들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모든 투수도 전부 사람이고, 나도 공을 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코칭스태프에서도 이정후의 능력을 인정하며 기술적으로 조금도 터치하지 않았다. ‘이정후에게 무엇을 가르쳤거나 스윙이나 접근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버렐 코치는 “아무 것도 없다”며 “우리 모두가 가장 먼저 하려고 한 것은 이정후가 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야구는 두 번째다. 선수는 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것은 우리 선수들에게 많은 공을 돌려야 한다. 그들은 이정후를 바로 받아줬다. 자신이 팀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 이정후에게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는 MLB 스프린트 속도 10위(스탯캐스트 기준)에 오를 정도로 빠르며 홈에서 1루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공동 10위에 올라있다. 이정후는 그의 아버지 이종범이 1994년 KBO MVP 시즌에 8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버지의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었으니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가 됐다. 송구 능력도 공동 6위에 올라있다’며 주력도 외야 수비에서 송구 능력까지 두루두루 높게 평가했다.
개막 한 달 가까이 지난 26일 현재 이정후의 성적은 24경기 타율 2할6푼9리(93타수 25안타) 2홈런 7타점 13득점 9볼넷 9삼진 2도루 출루율 .333 장타율 .366 OPS .699. 눈에 확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 코칭스태프는 단순 기록보다 이정후의 적응 과정에서 기술과 멘탈을 높게 보고 있다. 이정후는 “뛸 때마다 100% 열정을 쏟으려고 노력한다”면서 “경기장에 출근하는 것부터 여기서 하는 모든 것들이 즐겁다. 꿈이 이뤄진 것 같다”며 하루하루 설레는 감정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