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포항 전에서 나온 황당한 교체사건 6분간 12명 뛰었다..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1대1 무)에서 희대의 교체 실수가 발생했다. 이날 경기는 울산 현대의 우승 가능성과 맞물려 많은 관심을 모았다. 포항이 승리하지 못할 경우, 울산이 29일 대구FC를 잡으며 조기 우승을 확정짓는다. 올 시즌 포항을 상대로 3번 모두 패했던 전북이 필승 의지를 들고 나오며, 치열한 경기가 예고됐다.
하지만 전반 26분 나온 사건으로 빛이 바랬다. 포항 '17번' 신광훈이 교체투입을 준비했다. 앞서 전북의 김진수에게 밀려 무릎을 다친 '3번' 김용환과 교체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용환은 부상을 당한 포항 골대 뒤에서 의료진에게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벤치로 물러났고, 신광훈이 투입됐다.
별 문제 없이 진행되던 경기가 약 5분 뒤에 갑자기 중단됐다. 대기심의 호출에 김영수 주심이 벤치 쪽으로 향했다. 김 주심은 김기동 포항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그러고나서 곧바로 '7번' 김인성의 교체아웃 지시가 내려졌다. 김인성은 어두운 표정으로 느릿느릿 벤치로 물러났다.
포항은 32분만에 교체카드 2장을 썼다. 궁금증은 곧 풀렸다. 26분 '3번'과 '17번'이 아닌 '7번'과 '17번'을 교체한다고 적혀있던 것이 확인됐다. 즉, 교체판대로면 김인성이 신광훈과 교체되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시엔 3번을 7번으로 오기한 포항측 스탭과 김인성의 교체아웃 여부를 확인했어야 할 심판진 등 누구도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물론 김용환이 부상으로 경기장 밖에 있어, 경기장에 12명이 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32분 김승대와 교체된 것으로 표기가 되면서, '비공식 선수'인 김인성이 6분 가까이 그라운드를 누비게 돼, 기록상으로는 포항 선수 12명이 경기장을 누빈 셈이 됐다. 경기감독관 혹은 대기심에게 '7번이 교체되지 않았다'고 항의하면서 이 사실이 알려졌다.
K리그 규정 제20조 2항에는 '공식경기에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것이 경기 중 또는 경기 후 발각되어 경기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상대 클럽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경우,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클럽이 0대3으로 패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경기 중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것이 발각될 경우, 해당 선수를 퇴장시키고 경기는 속행한다'고 되어있다.
2022년 4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이와 비슷한 사태가 발생했다. 바이에른뮌헨과 프라이부르크의 분데스리가 28라운드에선 교체로 물러나야 할 뮌헨 킹슬리 코망이 그라운드에 약 17초간 남아 논란이 됐다. 프라이부르크는 경기 후 뮌헨이 12명으로 뛰었다며 정식 제소했지만, 독일축구협회는 부적격 선수를 내보낸 책임이 뮌헨 구단이 아닌 심판진에게 있다고 판단해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K리그에선 지난 2021년 광주와 제주전에서 광주가 교체 횟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1대1로 비긴 경기에서 0대3 몰수패를 당했다. 당시엔 광주측이 한꺼번에 2명을 교체하려고 했으나, 대기심이 '나중에 한명 추가 교체해도 된다'고 막았다. 하지만 연맹은 '대기심의 실수에도 경기 관련 규정을 준수할 책임은 경기에 참가하는 팀에 있다'며 몰수패를 선언했다.
일단 이번 사태는 포항의 명백한 실수에서 비롯됐다. 대기심에게 전달하는 교체 신청 용지에는 정확히 '7번 김인성'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기동 감독 역시 경기 후 "김용환이 빠져야 했는데 우리가 체크할 때 7번 김인성으로 체크한 것 같다. 그리고 신광훈이 들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심판진의 대응 역시 아쉽다. 김 감독은 "선수가 우리 의도대로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 다른 선수가 나오기 전에 들어가면 경고다. 왜 그러겠는가. 주심의 권한이기 때문"이라며 "주심이나 대기심이 무조건 체크를 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심판과의 소통 문제였음을 강조했다. 이날 심판진은 두차례나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실수로 놓쳐버렸다.
일단 전북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쟁점은 김인성의 '무자격' 여부다. K리그 규정에 따르면 무자격선수는 미등록, 경고 누적 또는 퇴장으로 인하여 출전 정지, 상벌위원회 징계, 외국인 출전 제한 규정 위반 등 위반 시점에서 경기 출전 자격이 없는 모든 선수를 의미한다. 연맹 측은 "포항 구단, 대기심 등의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