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영입하면 과장 없이 역대 최강
초대형 FA를 잇따라 영입해 1961년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텍사스 레인저스가 또 한 번 과감한 투자로 역사에 남을 타선을 구축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매체 CBS스포츠는 25일(한국시간) '텍사스의 이번 오프시즌 세 가지 움직임'이란 주제로 글을 풀어 나가면서 그 첫 번째로 오타니를 영입할 것을 주장했다.
올해 텍사스는 62년 만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하며 무관의 한을 풀었다. 아직 그 멤버가 건재한 만큼 텍사스는 2024시즌도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이 점이 승리를 원하는 오타니에게도 메리트로 여겨졌다. CBS 스포츠는 "오타니는 승리를 다음 행선지로 선택하는 핵심 동기로 꼽고 있으며, 텍사스는 그들의 역량을 보여주는 증거로 최근에 획득한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내세울 수 있다"며 "텍사스 입장에서도 최종 목표(월드시리즈 우승)에 도달한 후 팬들의 열정을 유지하는 데는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야구 선수(오타니)와 계약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마침 자리도 적절하게 하나 비게 됐다. 올해 지명타자로 나섰던 미치 가버가 FA가 되면서 텍사스는 공격력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가버는 올해 8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0, 19홈런 50타점 45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70으로 팀 내에서 시거 다음으로 높은 OPS를 기록했다. 그 빈자리를 채울 선수로 14홈런의 에즈퀴엘 듀란, 10홈런의 로비 그로스먼, 무서운 신예 에반 카터 등이 있지만, 오타니를 데려올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없다.
오타니는 올해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UCL) 파열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음에도 타자로서 135경기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102득점 20도루, 출루율 0.412 장타율 0.654 OPS(출루율+장타율) 1.066, 투수로서 23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132이닝 167탈삼진을 기록하며 2021년 이후 두 번째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다. 메이저리그 양대 리그를 통틀어서 한 선수가 두 번 이상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 만큼 2024시즌에는 투수로 뛰지 못할 것이 유력함에도 최소 5억 달러(약 653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이 예상되고 있다.
보통 5억 달러라는 금액에 부담을 느낄 법하지만, 텍사스는 대형 FA 영입에서 연이어 좋은 성과를 거둔 팀이어서 이번에도 과감한 투자를 할지 기대된다. 이번 월드시리즈 우승의 선봉에 선 것이 2년 전 데려온 '5억 달러 듀오' 2루수 마커스 시미언, 유격수 코리 시거 두 키스톤 콤비였다.
2022시즌을 앞두고 텍사스는 하루 간격으로 시미언과 7년 1억 7500만 달러(2286억 원), 시거와 10년 3억 2500만 달러(약 4245억 원) 규모의 초대형 FA 계약을 성사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시미언은 162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6, 29홈런 100타점 122득점, OPS 0.826, 시거는 119경기 타율 0.327, 33홈런 96타점 88득점 OPS 1.013으로 활약하며 텍사스를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놓았다. 특히 시거의 경우 월드시리즈에서만 5경기 타율 0.286(21타수 6안타) 3홈런 6타점, OPS 1.137로 메이저리그 첫 양대 리그 월드시리즈 MVP에 올라 그야말로 '돈의 맛'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CBS스포츠는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큰 계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텍사스는 다시 한 번 슈퍼스타들에게 쓰이는 돈을 기꺼이 지불할 뜻을 보여줬다"며 "시거, 시미언, 아돌리스 가르시아, 카터가 있어 이미 무자비한 라인업에 오타니처럼 동급 최고의 파워 타자를 추가하면 2024년 텍사스는 과장 없이 역대 최강 타선 중 하나를 꾸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가르시아는 올해 정규시즌 148경기 타율 0.245, 39홈런 107타점 108득점 OPS 0.836을 기록한 외야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십시리즈(CS)에서 7경기 타율 0.357, 5홈런 15타점 OPS 1.293으로 매서운 타격감을 보여주며 ALCS MVP까지 올랐다. 이미 정규시즌 101홈런 합작한 시미언-시거-가르시아라는 상위 타선에 40홈런도 친 바 있는 오타니까지 가세한다면 사상 초유의 몸값만 10억 달러(약 1조 3060억 원)에 달하는 클린업이 구축된다. 더욱이 하위 타선도 두 자릿수 홈런이 거뜬한 선수이어서 이미 2023시즌 팀 홈런 공동 3위(233개)에 올랐던 텍사스는 상대 팀 입장에선 쉬어 갈 타순이 없게 된다.
오타니가 2024년에 투수로 던질 수 없는 것도 텍사스로서는 톱니바퀴가 맞아 들어가듯 시의적절해 크게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현재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맥스 슈어저와 앤드류 히니가 2024시즌 종료 후 FA가 예정돼 있어 오타니는 그들이 빠진 자리에서 던지면 그만이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약점을 드러낸 마운드다. CBS스포츠는 오타니 영입 외에 불펜 보강과 '가을 에이스' 역할을 했던 조던 몽고메리의 재영입을 언급했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제이콥 디그롬이 팔꿈치 수술로 내년 8월에야 돌아오게 되면서 선발 한 자리가 휑하다.
그렇지만 CBS스포츠는 "오타니 영입전은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뉴욕 메츠,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팀들이 그럴듯한 구상을 갖고 있어 치열할 것이다. 그러나 텍사스는 그들과 달리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췄다. 그러므로 그들은 오타니 추격에 올인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